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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거대한 도시인 만큼, 지친 도시인의 삶을 치유할 하루를 위한 근교 여행지들도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대도시 도쿄는 여행으로도 살기에도 여러모로 잘 갖춰진 곳이지만, 여느 거대도시들이 그러하듯 바쁘고 혼잡하며 번화한 환경이라는 숙명도 안고 있기에 살다 보면 때론 하루 정도 훌쩍 탈출을 감행하고 싶어집니다. 다행이도 도쿄의 주변 지역은 해변 마을과 역사가 잘 보존된 마을,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색다른 도시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여행지로 둘러싸여 있어 여러 테마의 당일치기 여행을 쉽게 떠날 수 있습니다. 그런 여행지 가운데 누구나 만족스런 탈출여행을 만끽할 수 있는 몇 곳을 엄선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와고에 또는 혼카와고에 역까지: 이케부쿠로 역에서 약 35분, 신주쿠에서 1시간
1860년대 일본을 변화시킨 '메이지 유신' 이전의 도쿄는 에도(江戸)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며, 에도(도쿄)에서 조금 북쪽으로 가면 "작은 에도(小江戸)"라고 불리는 가와고에(川越) 마을이 있습니다. 지난 백여 년 동안 일본은 많은 것이 바뀌었고 가와고에조차도 도쿄에서 일하는 많은 직장인들 사는 현대적인 외곽도시가 되었지만 마을 곳곳은 여전히 19세기 당시의 모습을 많이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늘어선 거리와 여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가와고에는 최근 몇 년 동안 도쿄 근교에서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관광 명소가 되었으며, 기모노 차림으로 시간을 거슬러 여행을 떠나는 듯한 체험은 방문객들을 매료시킵니다.
가장 상징적인 거리는 '가네츠키 도리'로, 400년 동안 거리 어귀에 우뚝 서 있어 가와고에의 랜드마크가 된 목조 종탑인 "시간의 종"이 내려다 보는 이 거리는 그저 옛스러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레스토랑, 지역색 가득한 간식거리를 파는 상점, 그리고 고풍스러운 일본식 주택 안에 지어진 특별한 스타벅스도 있습니다.
① 가와고에(川越)
가와고에의 히카와 신사는 약 1,500년의 역사를 지닌 '인연맺기'의 명소로 유명한데요, 최근 몇 년 동안 소셜 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신사의 아기자기한 비주얼 덕에 더욱 인기를 누리고 있죠. 소원을 적어서 걸어두는 에마판이 늘어선 터널같은 경내의 산책길과 매년 약 2,000여 개의 풍경이 살랑거리며 울리는 여름 축제는 꼭 사진으로 담아 공유하고픈 마법의 장면을 선사합니다.
가와고에 히카와 신사(川越氷川神社)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 미야시타마치 2-11-3
Official Website (jp)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인근 가와고에 성을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성의 많은 부분이 수세기에 걸쳐 부서져 지금은 본당만 남아 있습니다. 단 100엔만 내면 방문객들은 자유롭게 내부를 둘러보고 옛날 일본 귀족의 삶이 어땠는지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답게 채색된 미닫이문, 시원한 다다미, 긴 툇마루에서 정원으로 보이는 전망 등 경관 역시 아름답습니다.
Kawagoe Castle Honmaru Palace 가와고에 성 혼마루고텐(川越城 本丸御殿)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 구루와마치 2-13-1
Official Page (jp)
② 요코하마(横浜)
요코하마역까지: 도쿄역 또는 시부야역에서 약 25분
해안의 만을 따라 도쿄의 남쪽에 있는 요코하마는 실제로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때로는 두 도시를 합쳐서 엄청나게 인구가 많은 "도쿄-요코하마 수도권"이 됩니다. 그러나 요코하마를 방문한 사람은 누구나 도쿄의 일부가 아니며 지역 고유의 역사, 문화 및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이 오랫동안 닫혀 있던 국경을 조금씩 개방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859년에 요코하마 국제항이 개항하면서 요코하마 항구를 통해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문물이 일본에 유입되며 도시 형성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지난 1.5세기 동안 이곳을 통과하는 상업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끊임없는 흐름은 요코하마를 계속 성장시킨 것과 더불어 잘 가꿔진 잔디 공원과 인기 있는 미나토 미라이 지역 주변의 상쾌한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길 등이 방문객들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요코하마는 이제 비즈니스와 레저의 도시로, 산책로 너머로 우뚝 솟은 고층 오피스 빌딩, 카니발 놀이기구, 박물관, 쇼핑센터 등이 있으며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로 붐비는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요코하마 잉글리시 가든과 같은 인기있는 관광 명소들을 보면 오랜 기간에 걸쳐 외국의 영향이 요코하마에 많은 흔적을 남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잎이 무성한 초록빛 캐노피와 덩굴로 덮인 격자가 신비한 비밀 정원처럼 느껴지게 하며, 바다와 마주한 탁 트인 녹지 공간과는 다른 개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잉글리시 가든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장미'입니다. 정원 곳곳에는 1,800여 종의 다양한 장미가 있어 거의 항상 한 종류 또는 다른 종류의 장미가 피어 있으며 사계절 내내 방문객들은 계절에 따라 장미를 볼 수 있습니다. 입구 바로 앞에 있는 가든 카페는 제비꽃 생화로 장식된 장미 아이스크림과 같은 간식도 제공합니다.
요코하마 잉글리시 가든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니시구 니시히라누마초 6-1
Official Website (jp)
국제 항구 건설과 함께 중국인 번역가와 통역사들은 새로 문을 연 요코하마 시로 이동하여 상점을 차렸고, 마침내 정착하면서 현재 일본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이 되었습니다.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은 방문객을 환영하는 활기찬 문이나 중국 삼국 시대의 황제에게 봉헌된 중국식 사원/신사(關帝廟, 간테이뵤)와 같은 독특한 광경이 있는 곳으로, 행운을 부르는 붉은 색의 화려한 조명과 해가 지면서 도로를 밝히는 등불로 장식된 차이나타운의 거리는 산책하기 좋은 곳이자 일본 최고의 중국 음식인 만두나 고소하고 달콤한 속을 채운 찐빵 등을 길거리에서 사 먹거나 신선한 해산물로 구성된 고급 코스 요리를 맘껏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행여나 너무 과식해서 도쿄로 돌아가는 길에 요코하마의 반짝이는 야경과 스카이라인을 구경도 못하고 잠들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③ 가와사키(川崎)
가와사키역까지: 도쿄역에서 17분
가와사키는 도쿄와 요코하마라는 두 대도시 사이에 끼어 있지만, 이 작은 지역은 독특하고 역사적인 관광지, 친근한 분위기, 편리한 접근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와사키의 뿌리는 1128년에 창건된 '가와사키 다이시(川崎大師)'로 더 잘 알려진 헤이켄지(平間寺)의 웅장한 사원에서 시작됩니다. 이 사원은 "고대 역사"의 일부가 되기 직전인 사찰의 아름다운 예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엔 특히 하쓰모데(신년 참배)의 명소로 정월 초하루부터 단 며칠 만에 수백만 명의 참배객이 방문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가와사키 다이시 헤이켄지 사찰(川崎大師 平間寺)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가와사키구 다이시마치 4-48
Official Website (Kr)
가와사키 다이시 주변에서 흥하기 시작한 가와사키 시는 일본 서부에서 에도까지 가는 길의 역참 마을로 발전했습니다. 그곳에서 사무라이는 지금의 도쿄에 도착하기 전에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 당시 여행자들의 행보가 어떠했는지 잠시 시간여행을 즐겨보기 좋은 곳이 바로 가와사키 시립 일본민가원(日本民家園)입니다. 일본 각 지역의 옛 민가들을 이축해 조성된 이 마을은 전통적인 일본 주택과 다양한 옛 건축물들, 예컨데 17세기에 가와사키에 지어진 농가, 눈을 견디기 위해 밀짚 지붕으로 지은 일본 북부의 오두막, 18세기에 등장한 기름 상인의 상점가, 심지어는 100년 이상 전에 서일본에서 사용되었던 가부키 극장까지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부설된 박물관에는 볼거리 많은 전시 공간도 있고, 쪽 염색을 체험 가능한 공방, 그리고 오래된 합장지붕 가옥으로 된 메밀국수 가게도 있습니다.
가와사키 시립 일본민가원 (日本民家園)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다마구 마스가타 7-1-1
Official Website (en)
가와사키의 역사에 있어 마지막 큰 변화는 산업화와 함께 해안 매립지를 따라 항구와 공장, 재활용 공장과 같은 현대적인 시설이 세워지면서 이루어진 산업도시로서의 성장입니다. 특히 이 지구는 로봇으로 가득한 미래형 애니메이션이나 80년대 SF 영화의 배경이 될 것 같은 풍경 덕분에 이제는 야경 관광지로 놀라울 정도의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도쿄로 돌아가기 전에 많은 여행자들은 시내 버스(또는 "공장야경 크루즈"를 예약할 수도 있음)를 타고 반짝이는 금속 건물과 굴뚝이 만들어 내는 '라이트 아트'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곤 합니다.
④ 가마쿠라 & 에노시마(鎌倉・江ノ島)
가마쿠라역까지: 도쿄역 또는 신주쿠역에서 약 1시간
이웃 도시인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는 사원, 해변, 꽃, 카페, 수족관, 심지어 만화/애니메이션 슬램 덩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컨텐츠들로 유명합니다. 이 덕분에 이 지역은 도쿄 근교의 당일 여행이나 주말여행지로 끊임없는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가마쿠라는 고토쿠인(高徳院) 사원에 있는 높이 13미터가 넘는 거대한 청동 불상으로 유명합니다. 이 대불상은 이곳의 랜드마크로 손꼽히긴 하지만, 가마쿠라와 에노시마에는 하세데라 사원, 호코쿠지 사원, 쓰루오카 하치만궁 등의 많은 사찰과 신사가 모여있습니다.
가마쿠라 대불(鎌倉大仏)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하세 4-2-28
Official Website (en)
'슬램덩크(Slam Dunk)'에 열광했었던 사람이라면 이 특별한 바다의 모습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의 오프닝에서 볼 수 있는 이 상징적인 배경은 에노덴 전차가 가마쿠라 고등학교 앞 '가마쿠라코코마에 역'에 도착하기 직전에 만나는 건널목입니다.
가마쿠라고교앞 역(鎌倉高校前)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고시고에 1-1 Koshigoe, Kamakura-shi, Kanagawa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는 여름철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은데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이 지역의 수국이 초여름에 만개하기 때문이죠. 수국은 연분홍, 파랑, 보라 등의 작은 꽃들이 뭉쳐 피면서 언덕을 뒤덮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에노덴 열차를 타고 에노시마 섬으로 가는 승객들은 차창 밖으로 수국의 아기자기한 경치를 볼 수 있지만, 실제로 가장 인기 있는 수국의 명소는 신사와 사원, 특히 메이게쓰인과 하세데라, 그리고 그 옆의 고료 신사의 경내에 있습니다.
계절이 이어지고 일본의 덥고 습한 여름이 얼굴을 드러내면서 가마쿠라의 유이가하마 해변은 도쿄 사람들이 파도에 발을 담그고 물을 튀기며 서핑을 연습하는 해수욕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웃한 시치리가하마 해변은 에노시마 섬의 실루엣 너머로 해가 지기 전 마지막 저녁 산책을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⑤ 나리타(成田)
나리타 또는 게이세이 나리타역까지: 도쿄역에서 약 1시간
나리타 공항 덕분에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입국하는 수많은 해외여행객들이 지바 현의 나리타 시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자갈길, 유서 깊은 사원, 아름답게 보존된 사무라이 저택, 양조장, 다양한 박물관, 그리고 아마도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일 수도 있는 이 사찰을 그냥 지나치곤 합니다.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처럼 많은 당일치기 여행지들이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나리타 역 주변의 기이하고 유서 깊은 지역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나리타산 신쇼지 사원은 천 년 전에 창건되었으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수도를 에도로 옮기면서 특히 유명해졌습니다. 가와사키 다이시와 마찬가지로 이 절에는 설날에 엄청난 인파가 모이지만 보통 평일에는 타이밍이 조금 좋은 방문객이라면 스님의 매일 법회에 참석할 수도 있습니다.
나리타산 신쇼지 사원(成田山新勝寺)
지바현 나리타시 나리타 1
Official Website (Kr)
여느 사찰들과 마찬가지로 수 세기에 걸쳐 왕래한 순례자들은 주변 지역이 번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역에서 사찰로 이어지는 참배길은 여전히 현대 여행자를 위한 상점과 레스토랑으로 변하며 번화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많은 방문객들은 갓 구워서 간장 소스를 바른 전병(煎餅)을 사서 먹거나 나리타의 고급 특산품인 장어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노포 식당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즐깁니다.
나리타 공항 주변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는 에도 시대의 거리를 재현한 독특한 야외 박물관인 '보소노무라(房総のむら)'입니다. 이곳은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코스프레 의상을 대여해 주는 재미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무라이 복장을 하거나 일본이 서양 패션을 막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대의 화려한 개량 기모노를 입고 고풍스러운 건물과 내부에 있는 많은 공방을 둘러볼 수 있고, 인기 있는 체험으로는 넓은 찻집에서 다도를 하거나 대장간에서 공예품 만들기 등이 있습니다.
보소노무라(房総のむら)
지바현 인바군 사카에 류카쿠지
Official Website (Kr)
도쿄처럼 대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도심의 일상과 동화되면서 피로감이 생길 때가 있죠. 이럴 때 잠시 휴식삼아 조금 벗어난 곳을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것은 여행의 시야가 넓어지면서 역사, 문화 및 아름다운 광경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는 긍정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니 일본의 작은 마을을 조금 더 보고 싶거나 도시 생활의 색다른 맛을 원하신다면 꼼꼼한 여행 계획보다는 하루 동안 보고 듣고 느끼고 찾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만을 생각하며 훌쩍 떠나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Details
NAME:도쿄근교여행
도쿄에 거주하는 5개국적의 크리에이터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직접 발로 뛰고 촬영한 생생 일본 정보를 본 사이트와 블로그 SNS등에서 발신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도 찾아주세용 (@재팬쿠루)